어쨌든, 삶은 아름답다
울프 블라스 이글호크 까베르네 소비뇽 2017, 한 번 질러본 호주와인 본문
WOLF BLASS
EAGLEHAWK
CABERNET SAUVIGNON
2017
며칠 전 비밀보장 331화를 듣고 혹해서 질렀다. 울프 블라스 이글호크 까베르네 소비뇽 2017!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홈플러스 가서 기웃기웃하다 집어왔다. 가격은 10,900원. 2020년산보다는 그래도 2017년산이 좋지 않을까하고 살짝 혹함.
그런데, 의외로 잘 고른 것 같다.
향 좋은지는 모르겠고(사실 다 모른다) 뒷맛이 뭔가 가볍고 깔끔한게 괜찮다. (그런데 가벼운 맛이 아니었...)
첫 시도에 성공 비스무리하게 할 줄이야.
사실, 꽤나 오래 전에 친구가 와인 한 번 마셔보자! 해서 레드와인을 한 번 사본 적이 있다. 맛... 없더라... 친구가 회사 명절 선물 리스트 중에서 와인을 골라서 같이 먹어본 적도 있다. 받아보니 어... 이거... 레드와인...? 역시나 맛 없더라...
한 번 더 친구와 시도해본 화이트와인은 달달하고 괜찮았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내 취향은 아니어서 좀 꾸역꾸역먹긴 했는데... 와인은, 특히 레드와인은 나랑은 좀 아닌갑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회사 동호회 팀이랑 식사를 했을 때. 그 때 동료 하나가 쏜 4만원대 레드와인을 먹어보고 깨달았다. 레드와인도 맛있는데? 드라이한게 진짜 괜찮은데? (드라이한 맛이 뭔지 잘 모르지만 그게 드라이한 맛일 것 같았음)
하지만 술을 4만원이나 주고 사먹고 싶진 않은데다 접근성이 좋은 건 맥주다보니 와인에 대한 기억은 저 멀리 날렸다가, 며칠 전 비밀보장 331화에서 와인 얘기를 하는 걸 듣고 급 다시 관심이 생겼다. 그 상태에서 오늘 마트 근처에 간 김에 충동적으로 하나 사왔다.
이상하다. 나 분명 오늘 딸기라떼 사먹으려는 계획이었는데. 심지어 어느 카페 딸기라떼가 더 저렴할까, 하고 가격비교도 했었는데. 왜 집에 와서 보니 내 손에 딸기라떼보다 훨씬 비싼 레드와인이 손에 들려있는 거지.
입에 안 맞았으면 돈이 많이 아까웠을 것 같은데, 그래도 입에 꽤 잘 맞아서 다행이다.
어쩌면 비밀보장에서 권혁수 씨가 말한 와인 고르는 팁이 꽤 도움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구대륙보다는 신대륙 와인.
권혁수 씨의 경험으로는, 처음 와인 입문할 때 구대륙보다는 신대륙 와인이 좋았다고 하더라. 그리고 저렴한데 도수 높으면(14도 이상이었나) 실패를 해 본 적이 없다고.
가서 저렴이들 중에 구대륙을 거르고, 12도가 널린 와인들 사이에서 그나마 13도가 넘는 도수의 와인을 골라보니 두 와인이 눈에 띄었다. 아참, 집에는 와인따개가 없기 때문에 코르크는 1차적으로 걸렀다.
호텔에 납품한다는 미국 뭐시기 와인으로 고를까하다가- 진열장 맨 아래에 있는 이 이글호크 와인이 딱 하나가 남아있더라? 딱 하나?
당장 선택ㅋ
드라이한 와인이라는 설명도 보니 왠지 입에 좀 맞을 것 같 ... 이고 뭐고 인간의 본능이란게 참 ㅎ ... 하나 남은거 너무 좋다. 물론 인기 있어서보다는 오래되서 그냥 하나 남아있는 거일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다행히도 입에 맞았다. 무겁지 않고 나름 가벼운데 뒷맛이 무척 깔끔하다. 단맛이 없대서 좀 그렇지 않을까 했는데(단맛 사랑함) 단맛 없이 드라이한 와인이 내 취향인가보다.
이 와인이 어떤 스타일인가 보기 위해 검색을 해봤는데- 2017년산 이글호크 까베르네 소비뇽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에 보이질 않는다? 2020년산이랑 정보가 같나? 뭘 알 수가 있어야지 ;ㅁ;
난 얘도 좀 시던데 산도가 2밖에 안 되네...? 산도 2 넘는 건 고르지 말아야겠다. 그런데 바디랑 탄닌이 4씩이나 되면 맛이 좀 진득하고 강한 걸까? 난 좀 가볍고 깔끔한 느낌이던데 ;ㅁ;
와인 아래에 가라앉은 걸 섞어야한다는 게 급 떠올라 이번엔(와인 마시면서 글 쓰는 중이다) 와인 병 흔들고 따라 마시니까- 와, 라즈베린가 체린가 뭔가 과일향같은 게 살짝 혀에 맴돈다. 와인이 좀 더 묵직해졌다.
이거... 가벼운 맛의 와인이 아니었구나...? ㅎㅎ ... 와인은 흔들어서 마셔야 하는 거였구나...?
그래도 끝맛은 여전히 깔끔하다. 진짜 괜찮네. 좋아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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