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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서로 경쟁관계가 아니다. 본문

일상/생각

작가들은 서로 경쟁관계가 아니다.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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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트랙
Unsplash.com

나는 내가 질투가 없는 사람인줄 알았다.

연인 관계에서조차 질투를 느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질투가 없는 사람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더라. 내게도 질투라는 감정이 있었다.

처음 질투라는 걸 느낀 건 작년이다. 나이 한참 먹고서 엄마 옆에 누군가가 딸처럼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처음 질투라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아서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어릴적 동생한테도 안 느껴본 걸 ...

두번째로 느낀 건 웹소설을 혼자 끼적이면서다. 즐겨읽는 웹소설을 보러 들린 카카페 메인에 걸린, 잘나가는 타인의 작품을 보고 순간적으로 질투가 일었다. 그것도 꽤나 진하게.

그 후로 질투라는 게 범위를 차츰차츰 넓혀가는 게 아니겠는가? 마치 역병처럼 번져나간다. 당황스럽다. 이 진한 감정, 달갑지 않다.

심지어 나는 현재 연재를 하는 것도 아니다. 나란 인간은 절대 라이브 연재를 할 수 없는 인간이라 그냥 벽을 보며 간간히 취미로 쓰고 있을 뿐이다.

대체 왜 질투를 느끼는 것일까.

나는 답을 찾지 못 했다. 몇날며칠을 고민해봤지만 답을 찾을 수가 없다.

나중에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에서 높은 구독자수를 보유하고 있어서 그런걸까. 충성 독자가 많아서 그런걸까.

아니, 그럼 그 작가의 작품을 참고 해야지(사실 너무 취향이 아니라 읽을 수가 없어 참고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왜 질투를 하고 있느냔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그 언젠가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잃었을 때 처럼 질투라는 감정도 흐려지겠지. 그렇게 손을 얼추 놓았을 때.

작가들은 서로 경쟁관계가 아님.

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았다. 나는 저 제목을 절대 외면할 수 없었다.

글을 쓰는 건 자신과의 싸움이지.

글쟁이들은 서로 경쟁 관계에 있지 않음.

수치로는 서열을 매기니 어쩔 수 없이 인식하는 부분이 있지만 사실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음. 보통은 잘되는 글이 있으면 그 글로 인해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그 작품이 블랙홀이 되서 다른 작품까지 안팔리지는 않거든.

잘쓴 장르에서 메가히트작이 있으면 그 글로 인해서 전체적인 파이가 커지는 현상이 발생함. 예를 들면 재벌집 막내아들로 재벌물이 주장르로 부상한 거랑 같은 이치지.

결국은 작가는 자기 장르의 글을 잘쓰면 되지.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음.

그래서 뱀심은 상당히 불필요한 거임. 질투심을 갖는 건 사람의 본성이지만 여기는 일반적인 사회와 구조가 다름. 네가 잘해서 남의 파이를 뺏어와야 하는 게 아니라는 거임.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걸 알면 좀 마음이 편해질 거임.

오히려 남이 잘되길 빌어줄 필요도 있음. 좋은 글이 나올수록 시장이 커지니까. 반대로 장르 전체의 퀄이 떨어지면 결국 이 시장의 파이가 줄어드는 셈이니 말이야.

지망생이나 하꼬작가들은 사실 잘나가는 네임드 작가들한테 고마워할 필요가 있음. 결국 그들이 시장을 지탱해줘서 자기들이 돈을 벌 환경이 마련되는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그 사람이 네임드가 될 수도 있겠지.

https://m.dcinside.com/board/tgijjdd/290533



너무나 와닿았다. 너무나 편협한, 사회에서 줄곧 경쟁하고 줄세우는 것에 익숙해진 시야가 탁하고 트인 느낌이었다.

질투라는 감정이 한 순간에 휘발되지는 않았지만, 훨훨 날아갈 수 있게 정확한 이유를 말해주니 마음이 얼마나 가벼운지 모른다.

아마도 나는 곧 질투라는 감정에서 완벽히 벗어날 것이다.


  보통은 잘되는 글이 있으면 그 글로 인해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그 작품이 블랙홀이 되서 다른 작품까지 안팔리지는 않거든.  


그렇지 않아도 최근, 대체 역사 소설 하나에 꽂혀서 연재분을 쭉 완독했다. 너무 재밌게 보아서 아쉬움이 남아 자연스레 다른 재미있는 대체 역사 소설 없나 둘러보게 되더라. 블랙기업조선 진짜 존잼.

여기서 문제는 다른 재미있는, 내 취향에 꼭 맞는 대체 역사 소설을 못 찾았다는 것이다 (._. 그래서 다시 블랙기업조선을 1편부터 읽고 있다. 작가님들 제발 조선 배경 대체 역사 소설 많이 써주십쇼 ...


오히려 남이 잘되길 빌어줄 필요도 있음. 좋은 글이 나올수록 시장이 커지니까.


유니콘같던 낙수효과가 정말 존재하는 시장.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시장. 제로섬 게임이 아니어서 파이를 나눠먹지 않아도 되는 시장.

그래서 오히려 남이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랄 수 있는 시장.

웹소설 시장은 참 멋진 시장이었다.

나는 웹소설을 업으로 삼을 건 아니지만, 덕택에 내가 행복하려면 어떤 시장을 찾아야하며 그 시장에서 어떤 마음 가짐으로 있어야하는지를 배웠다.

저 글의 글쓴이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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